20년은 된 TV장은 오래 오래 쓰고 싶다.
내가 미니멀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는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다.
텅 빈 방에서 홀로 차를 마시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.....
에이~~ 말도 안 돼. 저건 분명 설정일 거다.
살림을 하는 특히나 아이가 있는 아줌마인 나는 그저 별세상 보듯이
신기한 눈으로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스쳐 보내듯 지나쳐 버렸다.
그런데, 건강이 나빠지고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되니
홀로 텅 빈 방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.
나도 그렇게 해 보고 싶다....
아니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물건에 치여 사는 삶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.
사실..... 난 어쩌면 살림에 재주도 없고 즐겨하지도 않는
주부로서는 빵점인지도 모를 일이었다.
처음의 시작은 쓰레기를 버리는 일부터 시작되었다.
그냥 몇 년째 방치되어 있던...
어쩌면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갖고 있던 갖가지 물건들을
주변에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.
예전의 나라면 적은 돈이라도 받고 되팔 수 있는 중고나라나 당근을 했겠지만,
그건 내가 아주 건강하고 젊고 에너지가 많을 때 일이다.
(중고거래는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)
그저 필요하다면 새것이더라도 쓸 수 있는 사람에게
오히려 내가 감사한 마음을 갖으며 나누어 주었다.
어떤 때는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, 내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
그대로 두었을 때 갖은 고민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 싫어
이번에는 결단을 했다.
어떤 이에게는 미니멀리스트, 미니멀 살림, 단순한 삶이
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삶 자체라면
내게는 욕심을 내려놓고 노력해야만 하는 결단의 선택이었다.
그런데, 신기하게도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니 깔끔해지는 집을 보자니
속이 시원한 것이 아닌가.
이런 게 어디에 있어나 싶은 물건부터 몇십 년도 더 된 유물까지....
평소에 난 물건에 큰 욕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,
그건 내 착각이었다.
눈에 띄는 비싸고 부피가 큰 물건은 없었지만,
집안 구석구석에 자잘한 물건들이 없어도 그만이었을 것들이 한가득이었다.
과감히 버리거나 괜찮은 물건들은 나눔 하였다.
나 스스로 미니멀이라고 하기 부끄러워 감추며 소심하게 없앴다.
사실 난 아직도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다.
그러나 이제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집에 들이지 않으려 하고
한번 들어온 물건은 아끼며 오래오래 사용하려고 한다.
그러다 보니 소비에 신중을 기하게 되는 건 덤!!!!
아직은 혼자 몰래 하는 미니멀 살림이지만,
내게는 삶의 큰 전환점이 된 고마운 일이다.
어떤 책의 제목처럼 내가 지금 알게 된 것을 20대에도 알았다면
얼마나 좋을까....ㅎㅎㅎㅎ
그래도 다행이다.
치울 힘이 남아있는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....
자신이 지금 처해 있는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
난 권하고 싶다. 주변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라고.
미니멀 리스트가 되진 않더라도
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
에너지를 모아 꽤 괜찮은 삶이 된다고 말해 주고 싶다.
그 와중에 토토로는 살아 남았다..ㅋㅋㅋ
난 오늘도 집안 구석구석을 기웃된다.
아직도 내게는 용기를 내야 할 많은 물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.
ㅎㅎㅎㅎ 왜 안 끝나지??? ㅎㅎㅎㅎㅎ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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